당신의 직업은 몇 개입니까?
취업 혹은 이직을 고민할 때 우리의 초점은 한 개의 직업에 맞춰져 있는 게 보통이다. 한 번 사회생활에 발을 들인 분야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이 보통이고, 직업을 옮기더라도 일하던 분야를 계속 돌아다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를테면 한 번 사무직에서 일한 사람은 계속 사무직을 찾고, 기자로 일한 사람은 계속 언론사에서 일하다가 은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러한 직업 프레임은 20세기의 프레임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과거에 사람이 하나의 직업만 가졌던 이유는 간단하다. 퇴직하고 얼마 후에 생을 마감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평균 수명이 70세 전후였던 시대였다. 20대 중후반에 취업하고 30년 정도 일하다가, 50대 후반~60대 초반에 퇴직금 받고 그만둔 얼마 후에 세상을 떠나는 이들이 많았다. 즉, 예전에는 한 분야에서 현직으로 일하는 기간이 지금보다 길었고, 퇴직 후의 삶이 매우 짧았기 때문에 직업을 하나만 가져도 삶을 영위한다.
그런데 지금은? 이른바 100세 시대다. 취업 연령은 예전보다 늦어졌는데, 퇴직 연령은 더 빠르다. 50대 중반까지 직장 생활해도 엄청 오래 한 거라고 평가받는 시대이다. 교사나 공무원 정도만 30년 정도의 근무 기간이 보장되었고, 나머지 직업은 그 수명이 20년을 넘기기가 어려운 시대이다. 그나마 안정적이라는 교사, 공무원도 요즘은 자리가 없어서 자격증을 따고도 발령을 못 받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러니까 우리에게는 50대 중반부터 100세 이전까지 40년이 넘는 시간이 남았다.
이러한 시대에서 우리가 하나의 직업으로 퀄리티 있는 삶을 영위할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하나의 직업만 갖고 살기에는 현대인에게 너무나도 많은 시간이 주어졌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대기업의 사무직에서 영원히 일할 수 있는가? 퇴직한 이후에는 여타 '백수'들과 다를 게 없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제2, 제3의 직업을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번지르르한 회사에 입사했다고 부러움을 살 일이 아니라는 거다. 그 대기업 입사 외에 인생에 대한 또다른 대안이 없다면, 결국 사오정(45세에 정년퇴직)의 슬픈 운명을 맞이할 지도 모른다.
나는 현재 국적 해운사에서 일하는 직원이다. 하지만, 이것만이 나의 명함은 아니다. 이 명함 하나로 평생 먹고 살기에는 턱없이 모자라다. 회사가 10년, 20년 뒤에 잘 나갈 지도 장담할 수 없고 그 때의 내가 행복한 삶을 살고 있을 지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도 끊임없이 또다른 먹거리를 찾아다니며, 제2의 직업을 실천하고 있다. 일단 지금은 스포츠 칼럼니스트라는 직함을 내 인생에 추가했고, 조만간 번역가로서의 삶도 설계할 계획이다. 당연히 이쯤에서 궁금할 것이다. 대체 어디서 제2의 직업을 찾는가?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내가 좋아하는 분야, 내가 잘하는 분야에서 찾으면 된다. 살면서 내가 관심 있었던 분야, 내가 소질을 보였던 분야에 또다른 직업이 숨어 있을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내가 돈을 벌 수 있는 블루 오션이 곳곳에 숨어 있다고 결론 내려도 될 것 같다. 그것이 요리가 될 수도 있고, 글쓰기가 될 수도 있고, 운동이 될 수도 있겠다. 어쨌든 확실한 것은 나의 직업으로 삼을 만한 요소들이 주변에 의외로 제법 많다는 것이다.
당연히 이러한 반론도 있을 것이다. "하나의 직업에 충실하기도 모자란데, 어떻게 여러 개의 직업을 찾으란 말인가?"
그렇다면 나는 이렇게 재반론한다. "그럼 그 하나의 직업만으로 평생 먹고 살 수 있는가?
하나의 직업만 갖는 시대는 지났다고 생각한다. 소위 말하는 투잡, 쓰리잡이 이제는 당연시되는 시대가 오고 있다. 우리에게 일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난 만큼, 우리가 일해야 할 분야가 늘어나는 건 당연하다. 퇴직 연령이 지난 후에도 일거리가 있어야 하는 시대이기에, 내가 돈을 벌 수 있는 직업은 최대한 많이 찾아야 한다. 한 가지 직업만으로 여유있게 먹고 살 시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잘 나가는 대기업에 다녀봐야 내 집 한 칸 마련하기도 어려운 시대이고, 퇴직하면 그 오랜 시간동안 무슨 일을 해야 할 지 앞이 캄캄한 시대임을 잊지 말자.
요즘 우리 귀를 멤도는 취업난, 불황은 더 이상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해결해서는 안 된다. 기본적으로 직업에 대한 생각을 바꿔야 하고, 내가 얼마나 많은 직함을 가질 수 있는 지를 고민해야 하는 시대이다. 자기 직업이 몇 개인 지, 그 직업에서의 전문성이 어떻게 되는 지가 미래의 인생을 좌우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