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할수 있는 일을 하면되
2005년 여름
나는 전역을 몇개월 앞둔 23살의 병장이었다.
항공기 정비 특기로 자원 입대한 공군이었는데, 컴퓨터 좀 한다하여, 사무업무로 복무를 하였다.
당시에도 지금도, 군복무때 배운 행정업무 경험이 큰 공부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역을 기다릴 무렵의 나는 대부분의 청년들이 느끼고 있을,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휩싸여 있었다.
복무중에 아버지의 실직 소식을 들었었고, 나는 사립공대를 다니는 장남이었다.
제대후 복학을 생각하니 당장 학자금부터 걱정이었고, 주위에 잘난 사람이 너무 많아 이대로라면,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될거 같았다.
그래도, 이대로 손 놓고 있을수 없다 싶어 수학, 물리, 영어를 공부하려 했었다.
일과가 끝나면 한시간여 정도 개인시간을 줬는데, 한 시간동안 책을 폈다 덮었다만 반복했었다.
아마, 이년동안 공부와 멀어져있었던지라 집중력이 떨어졌을거다.
그런데, 이런 시간이 반복될수록, 집중력보다는 초조함이 더 문제였었다.
물리를 보고 있다가, 수학을 봐야할거 같고, 수학을 보고 있으면, 영어가 필요할거 같았다.
이렇게 책만 뒤적거리다 자유시간이 끝나면, 그대로 잠도 못 잤다... 불안해서...
다음날 기상시간이 되도 개운하지 못하고,
하루종일 찜찜한 기분에 실수만 늘고, 그날 밤에 또 같은 짓을 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날수록 어느새 나는 불안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었는데,
당시의 나는 그걸 전혀 눈치채지 못 하고 있었다.
어느날 건담seed라는 애니매이션을 보았다.
배경은 미래, 유전자 조작에 의해 태어난 신인류와 자연 그대로의 구인류가 존재하는 문명시대.
어느날 너무 잘난 신인류에 대한 질투로 시작된 구인류와 신인류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주인공은 중립지역의 신인류 학생이었다.
이 중립지역에 구인류의 첨단 무기 건담이 있었고,
이를 탈취하려고 하던 사건에 친구들과 휘말려, 주인공이 이 첨단무기를 운용하게 된다.
전쟁이란 참 잔혹한 것이다.
이 첨단 무기를 운용할수 있는 사람은 신인류인 주인공뿐이었고,
어처구니 없는 사건에 구인류 친구와 함께 휘말렸다.
본인은 중립인데, 신인류가 적이 되어 자기 친구의 생명을 앗아간다.
지킬수밖에 없어서 지키는데, 적의 목숨을 앗아갈수 밖에 없고,
그런 적은 자신들의 친구를 살리기 위해, 주인공 일행을 더욱 압박했다.
주인공은 이 상황을 너무 힘겨워 했다.
적어도 주인공은 그럴만 했다.
주위 친구들도 주인공 못지 않게 괴로워했다.
구인류의 친구들은 그렇게 괴로워 하는 주인공을 보며 지킴만을 받아야만 했다.
자기 스스로는 옆 친구는 커녕, 스스로도 지킬 수 없었다.
친구들은 그렇게 자책하다가 무리하게되고, 죽는다.
주인공은 친구를 지키지 못함에 또 괴로워하고, 적을 죽인다.
적 또한 그렇게 더 악날해진다.
노력을 하고 있는데, 점점 더 나락으로만 빠질뿐.
이런 상황에 주요 인물 하나가 주인공에게
이런 말을 건낸다.
"지금은 너만이 할수 있는 일을 하면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