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는 존재가 사라지고 있지는 않은가요?-영화 '걷기왕'을 보고
한때 영화배우가 꿈이었던 저는 그 꿈에 아직 미련이 남아서인지 영화를 참 많이도 봅니다.
1년에 거의 300편 정도 보는데, 최근 3년? 아니 5년간 봤던 그 어느 영화보다 며칠 전에 보았던 걷기왕이 가장 좋았습니다.
연기하고 있음을 티 나게 하는 연기. 일부러 그렇게 해 놓은 연출. 사실 이런 건 몰입도를 떨어뜨리는 것 같아서 굉장히 싫어하는데, 워낙 평이 좋아서 일부러 시간을 내어 보았습니다.
그런데 보고 나서 한동안 머릿속을 맴돌고 있습니다. 외국영화에 비유하자면, 인도 영화 세얼간이에 비견할 수 있을 정도이고 오히려 세얼간이보다 지금 우리들의 모습 즉 취업을 준비하는 우리, 취업을 했지만 이 일이 나에게 맞는 것인지 고민하는 우리, 끊임없이 경쟁을 하고 있는 우리, 변화나 도전을 하기에는 두려움이 먼저 드는 우리를 더욱 세련되게 잘 담아냈습니다.
영화를 아무 생각 없이 보다가 갑자기 훅 들어온 부분은 두군데가 있었고 아래와 같습니다.
1. 지금 나에게 전부라고 생각하는 그 무엇인가를 그만두는 것 - 나는 왜 이것을 하고 있지?
부상을 당한적 있는 수지라는 고등학생 경보 선수에게 의사가 그만 운동할 것을 권했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는 것 같아서 의사가 '왜 운동 그만두지 못하는 거지?'라고 말하자 수지가 조그만 목소리로 '무서워서요.'라고 했을 때 뭔가 탁 머리를 치는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당당하고 강해 보이던 그 수지가 무섭다고 말해서 더 와 닿았습니다.
물론 지금의 제 상황이 무섭다? 라고할 정도로 정체성이 흔들리거나 불안해하지는 않지만 공부 밖에 할 수 없었던 고3 때와 사회에 첫발을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몰라 두려웠던, 또 내 미래가 불투명하여 겁이 났던 대학교 4학년 때, 석사 때 감정을 대변하는 것 같아서 공감이 되었습니다.
지금 자신의 삶에 전부(대학교 진학, 취업 등)라고 생각하는 것을 잃는다면, 마치 '나'라는 존재가 사라지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기에 무섭다고 느끼는 거겠죠.
또 생각해보면 우리는 나름대로 남이 정해놓은, 혹은 으레 생각하는 그런 길을 걷고 있는 듯합니다. 그 길에서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무섭다는 생각을 하고요.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고, 정해진 길은 없기에 우리 앞에 펼쳐질 미래에 대해서 무서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수 많은 길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2. 왜 1등으로 달려야하죠?
두 번째로는 주인공인 만복이가 경보 전국체전을 우여곡절 끝에 출전하게 되었는데, 총 10km 경기에서 9km 지점까지 1등으로 달렸습니다.
그런데 같이 달리는 선수와 함께 넘어졌는데, 보통 드라마틱하게 하기 위해서 넘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달려 결국 1등을 했다는 뭐 그런 뻔한 마무리를 지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습니다.
경기 진행요원은 넘어져 있는 만복이에게 다가가 물어봅니다. '계속 달릴 건가요?'라고 묻자 만복이는 '아니요. 그만할래요.'라고 했을 때 망치로 머리를 때리는 것 같은 충격이었습니다.
왜냐하면 1km밖에 남지 않았고 만복이도 그러했지만 다른 선수들도 겨우겨우 일어설 수 있는 상황에서 포기를 한다는 게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부분에서 크게 반성?하게 되었는데요.
생각해보니 나는 왜 계속 달려 1등 할 생각 밖에 안 해보았는지 고민해보았습니다. 즉 저는 오직 1등만이 내 목표로 두고 살았다라는 반성이 들었습니다.
잠시 멈출 수도 있고, 옆을 볼 수도 있는데, 힘든데도 왜 자꾸만 달릴려고 했는지 제 자신에게 미안하기까지 했습니다.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해봐야 할 때입니다.
안 그래도 제 삶에 자꾸 제가 없어지는 지금. '나는 왜 달리고 있는지.' '나는 왜 멈추지 않는지.'
한참을 고민해보았습니다.
여러분도 지금 이런 상황인가요? 매일 바쁘게 뛰고 있는데, 그 안에 내가 없는 그런 상황.
아무튼, 이 영화는 저에게 큰 변화를 안겨주었습니다.
이 영화를 본 이후 저는 저에게 시간을 주기 시작했고, 나 자신을 돌아보려고 노력하고 있고, 나의 건강을 걱정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영화는 앞으로 5년간 가장 임팩트 있는 영화로 기억될 것입니다.
이 글은 제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가져왔습니다. https://www.facebook.com/gradstudentinkorea/
Q. 글을 쓴 멘토님과
고민을 나누고 싶다면?
제가 어떤 사람인지 소개하는 것은 참으로 어렵지만, 제 좌우명을 말하면 금방 인식하더군요. 제 좌우명은 ‘게을러질 거면 죽어버려라’입니다.
'잇다'라는 곳을 예전부터 알고 있었는데, 보통 이곳에서 대기업, 중소기업, 공기업 등 다양한 멘토들이 활동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이 외에도 다른 길 즉 대학원에 대해서 멘토링하고 싶은데요.
취업 특강, 진로 토크 콘서트 등을 진행하면서 대학원과 관련된 정보를 대학생분들에게 공유하고 있습니다. 한 해 대학교 졸업생이 32만명 정도 인데, 대학원 한 해 입학생이 얼마나 되는지 아시나요? 12만명입니다. 단순 계산하면 대학교 졸업생 중 1/3은 대학원에 입학합니다.
대학원 하면 경제적인 문제, 진로 문제 등 각종 문제 때문에 입학을 포기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이쪽과 관련된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대학원을 다니면서 눈물을 흘린적도 참 많았는데요. 대학원을 다니면서 겪었던 경험과 시행착오, 논문 작성 노하우 등을 멘토링하고 싶습니다.
현재 '두 친구의 논문과 통계, 그리고 경영이야기' 블로그(http://blog.naver.com/parbo/)와 '나는 대한민국 대학원생이다' 페이스북 페이지(https://www.facebook.com/gradstudentinkorea/)를 운영 중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