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번째 회사를 다니면서 느끼는 점(Part 7 : 세번째 회사 후기 및 네번째 회사)
입사한지 1년이 지나고
다시 따듯하게 옷매무새를 가다듬으라며 재촉하는 겨울이 되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않을 소중한 나의 아기가 태어나는 날.
출근하자마자 급하게 말씀드리고 아내가 있는 병원으로 향했다.
아내는 고향에서 아기를 낳고 싶어해서 일찍이 내려갔기때문에
나는 꽤 오랜시간 운전해야했다. 교통사고에 대한 트라우마로 서두르지 않았지만, 몹시 조급했다.
다행히도 도착하고 몇 시간후에 아기가 나왔고, 얼떨떨하고 무엇을 해야할지 몰랐다.
단지 아내의 손을 잡아주었고, 출산휴가기간 동안 이것저것 챙겨주며,
옆자리를 지켰다.
그리고 3일후 다시 회사에 복귀한 날.
잠깐 이야기좀 하자는 윗분의 말에 회의실로 갔고,
나는 뜻밖의 소리를 들어야 했다.
나는 일을 미처 끝내지 못하고 내려갔었다.
물론, 내려가기 전에 어떤 일은 어떻게 진행이 되고 있으며 추후 어떻게 할 것인지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일적인 이야기를 할 줄로 알았었다.
예를 들면,
'축하한다. 아기는 잘 나왔니, 와이프 상태는 어떠니, 잘 돌봐주고 왔니...
지금 마치지 못한 일이 이정도 인데, 이거는 어떻게 진행할거니, 언제까지 가능하겠니..'
같은 이야기를 예상했다.
허나,
'아기는 너만 있냐?, 바쁜데 출산휴가 가랬다고 진짜 가?, 애를 니가 낳냐?
야 그리고, 노트북은 왜 안가져갔냐?, 아기는 밤에 잠 안자냐?,
밤에 아기잘때 노트북으로 일 못하냐?'
등의 이야기를 들었다.
(최대한 기억할 수 있는 만큼의 토시하나까지 적어 보았다.)
참을 수 없었다. 동시에 참을 수 밖에 없었다.
그 일 이후로 나는 가까운 미래의 내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아이가 잘때만 들어가는 내 모습.
분유를 어떻게 타야 할줄 모르는 내 모습.
아이 빨래를 일반세제로 해버리는 내 모습.
기저귀를 못 갈아주는 내 모습.
퇴근 후 힘든 표정으로 아이를 바라보는 내 모습.
그런 나의 힘든 표정을 따라할 아이의 모습.
혼자서 육아하는 외로운 와이프의 모습.
벌써 3번째 회사다.
하지만,
내나이 서른 초중반.
앞으로 더 살아봐야 60년.
영원히는 살 수 없는 것이다.
2100년에 뜨는 해를 바라 볼 수는 없는 것이다.
언젠가 나도 숨이 끊어질 날이 올 터.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면
금은보화정도는 양보할 수 있다.
그렇다.
이 회사는 아닌 것이다.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에 보면
여자주인공 미오는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자신의 미래에 대해 보게 된다.
남자주인공 타쿠미와 결혼해서 아이를 낳은 자신의 모습.
그리고 자신이 오래살지 못할거라는 모습
그리고 다짐을 한다.
설령 자신이 정말 그렇게 일찍 죽게되는 모습이
사실일지라도 사랑하는 사람과 살며 아이를 낳고 행복하게 살다 죽기로...
그리고 타쿠미를 만나러 간다.
비슷한 사유로 나도 세번째 사직서를 제출했다.
그 이후로 나는 이 곳, 저 곳에 이력서를 다시 제출하기 시작했고,
얼마지 않아 다양한 곳에서 면접을 보게 되었다.
기획 직무이기에 여러 분야의 회사에 면접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
어떤 곳에서는 내가 과분할 정도의 상당히 높은 연봉을 제시했고
어떤 곳에서는 면접에서 사장이 나를 폄하하기도 했다.
나란 사람의 가치가 때에 따라 높아지기도, 때에 따라 낮아지기도 했다.
결국 내가 택한 곳은 고향에 있는 회사 였다.
면접자리에서 나에게 많은 관심과 기대를 가지고 있었고,
비록 회사가 적자가 심하기는 했으나, 나 혼자가 아니라 가족 모두를 생각해보니
그렇게 결정하게 되었다.
얼마만에 오는 고향인지..기대 반 설렘 반에
비록 3개월동안 실업자로 있으며 마음고생을 했지만,
그 기간동안 아기를 어떻게 다루는지 알게 되었고,
새벽에 얼마나 아기가 깨는지 알게 되었고,
분유, 기저귀, 욕조, 유산균, 생수 등 물가를 알게 되었고,
웃는 모습을 아이가 따라하는 것도 알게 되었고,
이 모든 것이 그 어떤 것보다 소중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입사한 이곳 네번째 회사.
회사는 새로웠지만,
지역이나, 하는 업무는 생소하지 않았다.
그동안 배우고 쌓은 실력으로 충분히 가능한 기획업무인 것이다.
ERP시스템은 당연히 깔려있지 않았다.
모든 자료는 엑셀로 만들어져 있었고, 각 팀에서의 엑셀자료가 일관성이 없어서
계수를 하나하나 검증하는 것도 온전히 사람의 몫이었다.
그럼에도,
웬만하면 일찍 퇴근할 수 있는 문화가 존재했다.
9시 이후에 회사에 남아있는 경험을 딱 1번 했으며
보통 평균 6시~7시에 퇴근을 하고 있다.
노을에 깔리는 땅거미를 따라 아내와 아이와 함께 마실가는 것이 취미가 되었고,
회사일은 회사일대로 거침없이 하게 되었다.
교통체증이 적어서 출퇴근에 대한 맹목적인 시간낭비도 없고,
주말에 근교로 나갈때, 잠깐 운전하면 산이 나오고 바다가 나왔다.
'이런 것이 모든 회사원들이 바라는 생활이 아닐까'
라며 종종 속으로 곱씹었다.
모든 직원의 이름을 알게 되는데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고,
그에 따라 조금씩 친밀도도 높여서 지금은 거의 모든 분들과
친근하게 지내고 있다.
사장이 회사에 큰 터치가 없는 것도 좋은 현상이다.
다만, 중요한 자리에서 생산직과 관리직의 사기를 높여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고,
그 외 중요한 업무는 각 팀장들이 협업해서 하고 있었다.
때로는 언성이 높아지기도, 때로는 대리들끼리 주먹다짐을 하기도 했었지만
그때 뿐이었고, 이내 서로가 화해를 하고 화합을 도모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제까지의 모든 칼럼을 갈무리 지으면,
1. 기획업무는 어느 회사나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기본적인 틀은 같다.
2. 개인의 업무능력으로 연봉이 정해지는 것은 일반 회사에서는 극히 드물며,
대개의 경우 회사의 연봉 테이블로 연봉이 정해진다.
3. 아니라고 생각될 때에는 각자의 상황에 맞게 유리한 해석을 하고,
누구는 그만두는 것이 답이며, 누구는 참고 다니는 것이 답이다.
4. 나의 경우 회사를 두는 사유는 '사람'때문이었다.
5. 사람이 괜찮으며, 월급 제때 나오고, 정시퇴근이 보장이 되면
회사를 그만둘 이유는 없다.
6. 이직은 노력과 더불어 운이 존재해야 한다.
7. 남들은 하지 못하거나 어려워하는 것에 강점이 한가지 있으면,
그것을 본인의 강점으로 삼아야 한다.
정도로 요약이 될 것같다.
추가로..네번째 회사를 다니고 있지만..
8. 이 회사가 나의 마지막 회사라는 법은 없다.
------------------------------------------------------------------
시작할때는 큰 이유없이 칼럼을 썼습니다.
하지만, 작성을 하면서
지난 날의 기억을 스스로도 회상하며 잠시 시간여행을 다녀올 수 있었고,
또한, 관심가져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일종의 사명감을 가지고 작성을 하게 되었습니다.
6년차에 4개의 회사를 거치면서 정장을 입고 출근하며 뿌듯할 때도 있었고,
현장에서 분진이 머리에 쌓고 호흡을 하며, 고생했던 기억도 있습니다.
당장 내일은 아닐지 몰라도,
내년에 나는 어디에 있을지 스스로도 대답을 할 수 없는 삶입니다.
저처럼 사고가 날수도, 불현듯 짝을 만날수도, 이직을 수차례하며 지역이 바뀔 수도..
그안에서 느낀 것은
어디를 가든, 어떤 상황이든 본인과 가정의 행복이 회사보다 언제나 우선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제 기준에서는 그렇습니다.)
내년이면 달라지겠지, 내년엔 더 좋아지겠지라며 힘내는 것도 답일지 모르나
그런 성향이 맞는 사람은 그렇게, 그런 성향이 맞지 않는 사람은 또 다르게
사는 것이 각자의 해답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예측 가능한 상황은 사람을 편하게 만들어 줍니다.
가령,
어두워지고 구름이 끼니 비가 올거라는 예상
지금 지하철을 탔으니 약속시간까지 25분 걸릴 것이라는 예상
이번달은 지난달의 여파로 외화환산손익이 발생하여 원래 손익보다
얼마정도 차이가 날 것이라는 예상 등..
그런 예측 가능한 상황은 미래를 쉽게 대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사람의 감성을 매마르게 하고, 예측과 다른 상황이 발생했을때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예측 가능한 상황을 선호하고
기획업무를 하는 입장에서 그런 예측을 제대로 해내야합니다.
반면에,
예측 불가능한 상황은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어 줍니다.
비가올줄 알고 우산을 가지고 나왔으나 맑은 경우
친구에게 25분이 걸린다고 연락했으나, 지하철에서 사고로 늦어질 경우
외화환산이익이 난다고 보고 하였으나, 시장의 영향 또는 검증오류로
보고의 내용과 차이 발생할 경우
우리는 한없이 불편해 집니다.
그러나,
그런 가끔 바보로 보일때도 있고, 스스로 어이없어 하는 상태에 이르게 될지라도
그렇기 때문에 인간적이지 않나 생각합니다.
우리 모두가 두번도 아니고
단 한번 뿐인 삶 속에서, 어느 것에 가치를 두고 사느냐에 따라
인생의 방향타가 바뀌고, 느끼는 것이 달라지기에 스스로 본인이라는 배를
지혜롭게 항해하셨으면 합니다.
나이와 경험이 많다고 누군가의 나침반을 흔들어 놓는 실수를 범하는
"조언, 충고, 말"을 하게 될수도 있기에..
스스로 어떻게 생각하는지 들려주고, 경험을 이야기하며
그 속에서 상대방이 자연스럽게 거를 것은 거르고, 공감할 것은 공감하며,
능동적/주체적으로 스스로 답을 찾는 것이 그 무엇보다 값지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