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2. 여러분이 몰입하게 만드는 취미는 무엇인가요?
쉬는 일요일입니다.
일요일은 원래 쉬는 건데..... 라는 생각을 하지만 전 10주 간의 일요일이 있으면 거의 8~9주는 회사에 갑니다. 이렇게 해야 월요병을 이겨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도 있고, 일이 워낙 급증하는 시즌이기도 하고, 월요일 아침 회의를 대비하기 위한 것이랄까요?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서 느긋하게 커피와 빵과 함께 하는 근무는 이상하리만큼 몰입이 잘 됩니다. 특히 서류작업이 많은 상황에서 잡다한 서류 작업들은 대부분 주말로 미뤄놓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게 좀 독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요일에 나가지 않으면 불안하달까요? 하다못해 토요일에 출근을 하는 것조차도 일요일에 회사에 있지 않다는 사실이 불안해집니다. 그나마 지금은 미혼이니까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것이 가능하지만, 언젠가(.....언젠가는..?) 기혼이 되면 그 땐 밀린 집안일을 해야 하고, 엄마가 되면 또 아이와 함께 해야 하니 이러한 습관을 고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하지만 쉽지 않아요.
쉽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그럼 그 남는 시간에 무엇을 하지?' 라는 질문에 답을 얻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제가 취업준비하는 동생들, 사회 초년생인 동생들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이 것입니다. '옆에서 대포가 터져도 모를 정도로 몰입할 수 있는 즐거운 취미생활 한 가지'를 만들어놓으라는 것. 근데 이런 것을 이야기하면 보통 그렇게 말합니다. '회사 들어가서 해도 되지 않냐?', '회사 생활에 좀 적응되고 나면 여유가 생길 것이다' 그럼 전 이렇게 말하곤 합니다. "여유? 퍽도 생기겠다"
사실 전 옷을 만드는 것을 매우 좋아합니다. 전공으로 하고 싶을 정도로, 중 고등학교 때 7년을 옷에 빠져 살았어요. 일상복이 아니라 오페라나 영화의 무대의상(주로 시대극들), 한복 이런 것들을 매우 좋아했습니다. 환상문학에 빠져 살다보니 글을 쓰는 것도 좋아해서, 매일 출판사 홈페이지에서 놀기도 했지요. 다이어트를 하느라 (여기서 밝히는 비밀, 전 90kg부터 56kg까지 감량했었습니다. 지금은 좀 쪘지만ㅠㅠ) 운동에 미치기도 했었고, 피아노도 아주 조금씩 쳤습니다.
근데 이런 모든 것들을 대학 3학년쯤부터 접었습니다. 공부, 아르바이트, 취업 준비, 이런 것들 때문에 도저히 여유가 나지 않았달까요? 게다가 용돈이 아닌 제가 번 돈으로 몇 만원씩 옷감을 사기에도 빠듯했고, 해야 할 일들이 많으니 몇 시간씩 바느질을 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습니다. 읽는 책의 종류를 소설에서 전문도서로 바꾸고 나니 글을 쓰고 공상을 하는 것도 힘들어졌지요. 모든 것을 다, '회사에 들어가서 여유가 생기면'이라는 시기로 미뤄놓았습니다.
막상 회사에 들어오니까 시간의 여유는 조금 생겼지만 마음의 여유는 여전히 생기지 않습니다. 여유가 생길 법하면 다시 일이 몰아칩니다. 몰아치는 일을 해결하고 나니 공부를 하라고 합니다. 영어 공부, 회계 공부, 공부를 하고 책을 읽는 것은 좋아하지만, 아무리 그런 것들 좋아한다고 해서 쉬는 시간 내내 공부를 할 순 없는 노릇이니 결국 공부 또한 일처럼 되어 버립니다. 하지만 머리 속으론 일도 해야 해, 공부도 해야 해, 이러는 상황이니 여전히 취미라는 것은 뒷전이 되어 버립니다. 취미? 일단 지금의 무언가를 해결한 후에 하자... 그러면서 저의 취미들은 점점점 잊혀져 갑니다. 무엇이든 계속 해왔어야 잘 하고 재미있는 건데, 점점 잊혀져 가니 다시 손에 잡으면 예전만큼 잘 되지 않아서 금방 손에서 내려놓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스트레스가 쌓이기 시작합니다. 영업에 있으니 끊임없이 고객의 전화가 옵니다. 사무실 전화, 핸드폰, 번갈아가면서 전화를 받고 나면 퇴근 후에 사람을 보는 것도 싫어지고, 텔레비전 소리도 듣기 싫어집니다. 심지어는 엄마에게도, 남자친구에게도 '전화 대신 문자나 카톡으로' 해달라고 합니다. 입찰 관리를 하고 있으니 항상 시간에 쫓깁니다. 숫자 하나 틀리면 몇 억이 왔다갔다 하고, 시간 1초 차이로 입찰에 탈락이 되기도 하는 상황에서 항상 신경이 곤두섭니다. 그런 상황에서 전화도 받아야 하니 무언가 하나에 집중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그렇게 퇴근하고 나면 집에 와서 귀를 막고 쓰러져 잡니다.
여기서 가장 큰 문제가 발생합니다.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방법을 잃어버렸습니다. 무언가 머리 속에 가득 찬 압박감을 내려놓고 '몰입'할 수 있는 것이 있어야 하는데 취미들이 잊혀져 버리니 이 것들을 다시 억지로 만드려고 해도 10분 후에 딴 생각이 나고 20분 후에 기지개 한 번 켜야 하고 1시간 하고 나면 피곤해집니다. 결국 그렇게 스트레스는 다시 쌓이고, 쌓이고, 쌓이기를 반복하다보면 이 것이 업무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항상 텐션이 올라가 있고 신경이 곤두서있다는 것을 저 만이 아니라 남들도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쉬려고 내려오면 다시 또 머리 속에 이런 찌꺼기들만 맴도니 '할 땐 하고 쉴 땐 쉬는' 이라는 말은 그냥 공익광고 캠페인처럼 되어 버립니다.
요즘은 강제로 몰입을 하려고 몇 가지 목표를 정해놓았습니다. 이미 시작을 해서 열심히 하려고 노력중인, '잇다'의 멘토링 활동, 열심히 시작단계에서 제자리걸음 하고 있는,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를 저의 웨딩드레스 제작, 틈틈이 시간 낼 고민만 하고 시작은 못하고 있는 '크로스핏' 까지(아 이런 건 일단 돈을 지르고 보면 아까워서라도 따라가게 됩니다), 강제로 머리 속의 일거리를 내려놓고 집중할 수 있는 '놀 거리'들을 만들어놓고 있습니다. 얼마나 갈 수 있을진 모르겠어요. 이러다 또 금방 지쳐서 또 잠시 내려놓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나마 그 순간이라도 몰입할 수 있다면 지금의 상황보다 훨씬 나아질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자, 여러분이 몰입하게 하고 행복하게 만드는, 근심 걱정을 잊어버리게 만드는 취미는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