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토링에 대한 소고

  • written by 한종택 mentor

20대에 꼭 이루고 싶은 일들을 정리하는 ‘버킷 리스트’가 유행했었습니다. 영화 ‘버킷 리스트’의 영향도 있었으며, 스펙과 자기계발에 대한 열풍이 불기 시작하면서 버킷 리스트를 작성하는 것은 유행을 넘어서 생산적인 삶을 살아가는 도구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버킷 리스트를 작성하게 되었고, 그 중의 하나가 ‘30살에 국제개발협력 분야 멘토가 되기’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29살 ‘소셜 멘토링 잇다’를 시작으로 국제개발협력/비영리 분야의 멘토링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국제개발협력과 비영리 분야의 멘토링은 어느새 4년 동안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시간 동안 많은 사람들을 만났으며, 그 중에는 국제대학원 입학 SOP 첨삭을 통해서 합격한 멘티부터 자신감이 조금 부족했지만 멘토링 후 자신의 모습을 바꾸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 실천하는 멘티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 결과는 제가 우수한 멘토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 아니라, 멘티들의 강력한 의지와 국제개발협력 및 비영리 분야에 대한 희망을 그들에게 전달해주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며칠 전 네이버 쪽지로 국제개발협력분야에 진출을 희망하는 대학교 4학년 학생의 고민을 읽으면서 지금까지 제가 해왔던 멘토링과 그동안 목격한 국제개발협력/비영리 분야의 모습을 다시 한 번 돌아봐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국제개발협력/비영리 공익분야의 활동가(혹은 전문가)를 꿈꾸는 학생들이 생산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 좋은 모습만 보여주는 것보다 꼭 알아야 할 어두운 면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 과정에서 그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멘토링의 핵심과 본질은 무엇인지 스스로 고민이 부족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멘토링의 정의는 다음과 같습니다. 멘토링(mentoring)이란 원래 풍부한 경험과 지혜를 겸비한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1:1로 지도와 조언을 하는 것이다. 이 말은 그리스 신화에서 유래 되었는데, 트로이 전쟁 때 오디세우스 왕이 자신의 아들을 친구 ‘멘토’에게 맡기고 전쟁에 참전하였습니다. 오디세우스 왕의 친구 ‘멘토’는 그의 아들을 친아들처럼 가르치고, 지도하며, 정신적으로 성숙해질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습니다. 전쟁이 끝난 후 훌륭한 어른으로 성장한 아들을 보며 오디세우스 왕은 친구의 훌륭한 행동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으며, 그 후 그리스 시민들은 훌륭한 제자를 키우는 사람에게 ‘멘토’라는 호칭을 주었다고 합니다. 
     
저는 이 정의를 보았을 때 멘토는 가르침을 주는 ‘스승’으로써 정의될 수 있습니다. 물론 멘토는 멘티보다 풍부한 경험을 가지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멘토링을 통해서 배운 점은 풍부한 경험은 정보와 인적 네트워크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멘티와 많은 대화를 통해서 제가 놓치고 있었던 것들, 저의 세대와 현재 세대간의 차이를 함께 배우며 성정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나 자신을 돌아보며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장점은 더 개발하기 위해 노력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성장하면서 얻은 경험과 정보들을 멘티들에게 공유하면서 서로 성장하는 것이 ‘멘토링’의 핵심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간과한 것이 있었습니다. 멘토링을 받은 멘티들은 언젠가 제가 일하고 있는 국제개발협력/비영리 공익활동 분야에 진출하게 될 것이며, 이 분야가 개벽의 수준에 가까운 혁신을 이루지 않는 이상 수 많은 문제점들을 마주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들에게 밝은 모습만 보여준 저의 멘토링은 과연 옳은 행동인가?’라는 갈등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네이버 쪽지를 보내준 대학교 4학년 학생에게 기존의 멘티들에게 말했던 것과 전혀 다른 답변을 주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다른 성공한 사람들처럼 '도전해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길을 찾아보아라'라고 말하는 것이 과연 옳은 방향인지 저도 모르겠습니다. 왜냐하면 KOICA, 수출입은행 EDCF 등을 제외하면 국제개발협력 분야에서 일다운 일을 할 수 있는 조직이 너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연봉은 조금 낮을 수 있겠지만,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즐겁고, 많은 것을 배우며 성장할 수 있는 기관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조직과 사람들을 만나는게 너무나 어렵다는게 이 분야를 경험한 저의 생각입니다."


이제까지 저는 서점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자기개발서의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노력하면 반드시 길이 보일 것이라는 말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개인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과 올바른 성장의 방향을 보여주는 ‘진짜 어른’이 있을 때 가능하다는 것을 늦게 알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멘토는 이상주의자가 아니라 ‘현실의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고, 멘티에게 이 불편한 진실을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도 늦게 알게 되었습니다. 
   

출처: readingtime2018(인스타그램)


또한, 멘티에게 듣기 좋은 조언을 전달하기 위하여 고민과 사색하는 것을 즐기는 멘토가 되지 않았는지 스스로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분명히 사색과 고민만 즐기고, 행동을 옮기지 않은 부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행동이 얼마나 위험한 행동인지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직접 경험하지 않거나 혹은 머릿속으로만 생각한 사실을 전달하는 것은 멘티에게 정확한 방향을 알려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내가 이 분야를 멘티보다 더 많이 경험했다는 것이 그들보다 더 많은 식견과 더 깊은 통찰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대한 사실이 될 수 없었습니다. 오히려 멘티들에게 정확한 정보와 방향을 알려주기 위해서 더 많은 공부를 해야 했으며, 지금에 안주하지 않고 발전하기 위해서 나의 계획과 방향을 꾸준히 검토해야만 했습니다. 그러므로 멘토는 단순히 풍부한 경험을 가진 것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멘토와 멘티’라는 경계가 없이 서로 배움을 얻는 관계라는 점을 깨닫는 것에서 시작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누구나 멘토가 될 수 있는 시대입니다. 온라인 플랫폼들을 활용하여 다양한 경험들을 전달하고, 멘토링 서비스를 통해서 자신의 경험을 공유할 수 있습니다. 기회만 있다면, 학생들에게 강연을 통해서 나의 경험과 내가 일하는 분야의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 행동들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더 많은 사람들을 위한 정보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멘토링의 본질은 내가 이 사람보다 더 잘난 사람 혹은 더 높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자세를 갖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사람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대화하면서 서로가 가지고 있는 관점과 생각의 차이를 이해하고, 잘못된 정보는 고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서로 나아가는 방향이 올바른 방향인지 아닌지 함께 알아가는 것이었습니다. 무엇보다 멘토로써 역할을 수행하고 싶다면, 멘티들에게 ‘꿈과 이상’의 중요성을 말하는 것만큼, 현실의 ‘불편한 진실’을 솔직하게 말하면서 서로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멘토링의 본질이라고 생각합니다.


멘토칼럼 원문 보러가기: https://blog.naver.com/ssarzie01/221300670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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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센터

written by 한종택 mentor

  • 2018.06.17
  • |
  • 조회 : 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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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댓글 : 1
  • 댓글작성

    댓글 1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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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동진

    2018/06/23 10:23:48

    오늘 같은 멘토링에 대한 칼럼을 쓰고 목록을 보니 며칠 전 같은 주제로 이미 쓰셨네요 ^^
    배움의 자세... 불편한 진실을 알려주는 것... 동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