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4. 결혼 준비는 돈이 아니라 마음가짐이라는 것
한 달에 두 번은 칼럼을 쓰겠다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쓰기가 쉽지 않다는 것에 오늘은 작정하고 글을 쓰는 시간을 가지고 있습니다. 브런치의 개인 서랍에 조금씩, "나이 서른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있고, 잇다 에 네 번째 칼럼을 쓰면 오늘의 글쓰기 시간이 끝날 것 같아요. 10시 반부터 와서 이것저것 끄적거리고 있는데, 벌써 시간이 오후 1시가 넘었네요!
전 아직 미혼입니다(...) 스물 일곱살 쯤부터 결혼이라는 것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갑자기 막내 외삼촌과 이모가 돌아가신 후, 언젠가 엄마도 돌아가신 후에는 진짜 덩그러니 혼자 남겨질 지도 모르겠다는 불안감에서부터 시작된 '결혼'이라는 것이 지금은 '내 삶의 또다른 변환점이었으면 좋겠다'라는 마음가짐으로 이어졌달까요? 그 후로는 사람을 소개받거나 만날 때 가장 먼저, '이 사람과 평생 함께 한다면?'이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하여 많이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최근엔 좀 안 좋은 일이 있었지요. (조윤진 대표님께 매우 감사드렸던 그 일!) 그 일이 제가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것 같습니다. 조금 더 결혼이라는 것에 대하여 진지하게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달까요?
스물 일곱살 처음 결혼이라는 것에 대하여 고민했을 때에는 '내가 어떤 사람을 만나야 잘 살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제일 먼저였습니다. 제 자신이 가진 단점을 매우 잘 아는 저로서는 걱정이 되었거든요. 저는 실제로 상당히 다혈질이고, 감정의 기복이 날씨에 따라 주기성을 가지고 있고, 더불어 대화 방식도 매우 직설적이었지요. 제 자신에게 적용하는 프레임도 매우 강해서, 꽤 많은 사람들이 '숨막힌다'라는 평을 하곤 했지요. 그런 상황에서 어떤 사람이 내 눈에 들어오고, 어떤 사람이 내 성격을 받아줄 수 있을까, 라는 질문에 답을 내어줄 사람이 필요했습니다.
이 때에는 결혼에 대한 환상도 상당히 많았었던 것 같아요. 자상한 남편을 만나고 싶고, 퇴근하고 집에 와서 같이 저녁을 해먹고, 주말에는 장을 보러 가고, 예쁜 아기를 낳고, 그렇게 순간 순간의 아름답고 행복한 모습들을 머리 속에 많이 그렸습니다. 그게 참 많이 설렜던 것 같아요. 마치, 결혼만 하면 핑크빛 미래가 펼쳐질 것 같은 그런 기분이랄까요? 소녀들이 '그리하여 공주님은 왕자님과 함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는 동화 그 이후의 이야기를 생각하지 않듯이요. 실상은, 그 공주님도 왕자님과 살림 문제로 싸우고, 육아 문제로도 싸우고, 시부모님과 친정부모님 사이에 끼어서 고생도 하고, 혹은 왕자의 바람기 때문에 맘고생을 하기도 할텐데 말이지요.
그리고 한 해, 두 해, 나이를 먹기 시작하자, 동화가 끝난 이후의 모습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순간 무서워졌지요. 결혼적령기 라는 나이가 된 순간, 해결하기 쉽지 않은 수많은 문제들이 "안녕~?"하고 다가올 것이라는 것을 이제는 깨달았거든요. 우선, 결혼을 할 대상을 찾는 것부터 시작해서, 결혼 할 때 거주의 문제, 가사일 분담의 문제, 효도의 문제, 육아의 문제까지, 크고 작은 문제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고, 또 제 자신이 컨트롤할 수 없는 문제들이 훨씬 더 많다는 것들을 알게 되면서 단지 내가 어떤 사람을 만나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으로는 그런 문제들에 대한 방향조차 짚을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슬슬, 질문을 바꾸어야 할 타이밍이 되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질문의 포커스가, 상대방이 아니라 '나'가 되어야 한다는 것, 결국 이런 삶을 이끌어가야 하는 것은 상대가 아니라 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요. 저희집뿐만이 아니라 심지어 조선시대 궁중에서 왕은 내명부 일에 아무런 관여를 할 수 없었던 것처럼, 결혼생활과 가정생활에서 아내의 역할 크다는 것을, 그 역할에 대한 이해를 이제야 하기 시작한 것이었지요. 아내로서의 역할, 엄마로서의 역할, 딸로서의 역할, 며느리로서의 역할, 이 네 가지 역할에 조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게다가 하나 더, 저에겐 사회생활과 가정생활 간의 조화라는 과제가 하나 더 있었지요.
그렇게 되니 자그마치 다섯 가지의 역할을 어떻게 동시에 해나가야 할 지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서 다양한 문제들이 좀 더 구체화되었습니다. 하나 하나의 문제에 대하여 경우의 수와 시나리오를 만들어가기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점점 더 분명해진 것은, '내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현명한 아내, 엄마, 딸, 며느리, 그리고 사회인이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습니다. 하나하나의 문제는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그 때 그 때 맞춰서 행동할 수 있지만, '역할의 이해와 조화'라는, 기둥이 되는 마음가짐과 책임감은 변하지 않고 그 자리를 굳게 지키고 있어야 한다는 것-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면서 작년 그 일을 겪고, 이젠 서른이라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지금은 또, 변화에 대한 과제를 안고 있지만, 중심이 되는 마음가짐 덕분에 그 과제와도 조화를 이룰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아직은 겪어보지 못한 것이기에 또 상황을 맞이한다면 이러한 결심들이 조금은 비틀거릴 수도 있겠지만, 또다시 방향을 찾아갈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합니다.
주말 아침마다 엄마와 커피를 마시면서 많은 이야기를 합니다. 제 이야기를 들으시던, 엄마의 말씀이 기억이 납니다. "결혼준비 라고 하면 보통 결혼날짜를 잡고, 결혼식장을 예약하고, 사진찍고 혼수 준비하고.... 하지만 진짜 결혼 준비는 당사자를 만나서 하는 준비가 아니라, 얼마나 현명한 아내와 남편이 될 것인지에 대하여 고민하고 성숙한 마음으로 상대를 맞이할 것인지를 준비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