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는 것 vs. 좋아하는 것
대학 전공을 선택할 때와 취업을 할 때에는 한 가지 똑같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게 나랑 맞는 길인가?'
'나랑 맞는다'라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여기에는 보통 두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1) 내가 잘할 수 있는 분야이다.
2) 내가 좋아하는 분야이다.
자, 논의는 여기서부터 시작됩니다. 내가 잘하는 걸 골라야 하는가? 아니면, 내가 좋아하는 걸 골라야 하는가?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장래에 대한 고민의 시작은 두 가지를 일단 떼어놓고 생각하는 데에서 시작합니다.
왜 두 가지를 별개로 놓고 생각해야 할까요? 이는 착각에서 일단 벗어나기 위함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하는 착각 중 하나는 '내가 좋아하니까 잘할 수 있을 거야'입니다.
좋아하는 분야에 빠지다보면 저절로 잘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들을 많이 하지요.
하지만, 위에 말씀드렸듯 이는 착각일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내가 쿡방을 좋아한다고 요리에 소질있다고 장담할 수 없고,
내가 술자리에서 재미있게 떠드는 걸 좋아한다고, 개그를 잘한다고 할 수는 없는 겁니다.
내가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게, 나의 진짜 소질과는 거리가 멀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여러분에게는 더 많은 고민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끊임없이 고민해야 두 가지를 구분할 수 있습니다.
물론 두 영역이 겹친다면 그게 최상이겠지만, 그런 경우는 생각보다 거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좋아하는 걸 직업으로 섣불리 결정할 수는 없지요.
그렇다고 잘하는 걸 무조건 택하라는 건 아닙니다. 소질이 있는데 맘에 안 들면 능률이 오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제 경험에 비추어 좀더 말씀드려 보자면,
사실 제가 진짜 좋아하는 건 역사입니다. 역사 공부가 그렇게 좋을 수 없었고, 사극이 멜로드라마보다 훨씬 좋았습니다.
그래서 전공도 역사학으로 결정하려 했고, 역사학자가 되고 싶어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역사에 미쳐서 살았고, 지금도 그런 사람입니다.
하지만 역사학을 잘한다고는 장담할 수 없었습니다.
'역사와 관련된 일'을 잘하려면, 남들보다 창의적으로 책을 읽어야 하고, 더 많은 자료를 미친 듯이 수집해야 합니다.
역사학적 관점에 대해서도 남들과 끊임없이 토론하고 논쟁해야 합니다. 이것들을 제가 잘할 자신은 없었습니다.
더구나 역사학으로는 생계를 꾸리기 쉽지 않은 현실이니, 자칫 잘못하면 스트레스만 더 늘어나고 흥미마저 잃었을 것입니다.
여러분의 선택에는 이러한 고민이 담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영화 <매트릭스2>에 유명한 대사가 나오죠. "만물의 근원은 선택이다."
선택은 결국 여러분이 앞으로 펼쳐나갈 인생의 근원인 셈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치열하고 심각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빨리' 가는 게 문제가 아니라, '잘' 가는 게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의 직업은 그러한 고민의 흔적이 담긴 훈장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자신에게 가장 의미 있는 훈장이자, 인생의 컨셉일 것이라 장담합니다.